목회칼럼

집으로 가는길

Author
kgmcc
Date
2024-03-24 01:50
Views
25


주님은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다 쓰러진 자녀를 비웃지 않으신다. ‘귀향’ 의 조건으로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사로잡힌 채 잘못을 고백하는 걸 요구하지도 않으신다. 주님은 돌아오기만 하면 반가이 집안으로 맞아들이신다.

우린 매일, 매 시간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힘겨운 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집으로 돌아간다’ 의 영적 의미는 무엇일까.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 1932∼1996)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아상을 붙들고 고향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헨리 나우웬은 젊은 시절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은둔생활을 한적이 있다. 고독한 그 시기에 그는 누가복음 15장의 이야기를 화폭에 옮긴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의 그림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복음서의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연결지었다. 그는 자기 내면에 집 나간 둘째 아들이 품었던 방탕한 삶에 대한 욕망과, 집을 지키며 살지만 내면에 원한을 쌓아가는 맏아들의 굳어진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두 갈래 선명한 목소리에 사로잡혀 살았다. 하나는 “세상에 나가 성공해야 하며 네 힘으로 이뤄낼 수 있다는 신념을 잃지 말라” 는 아버지의 음성이었다. 또 하나는 “죽는 날까지 지극히 사소한 일 하나라도 예수님 사랑에 의지하라” 는 어머니의 얘기였다.

그는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킬 수 없었기에 늘 고독했다. 예일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종종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마침내 그가 안착한 곳은 지체 장애자들의 공동체인 라르쉬 데이 브레이크였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은 결국 ‘아버지의 마음’이란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행복한 삶을 영위한 것이다.

나는 대학에 다니던 학창 시절 대부분을 넝마주이와 구두닦이 출신 소년들을 가르치는 야간 학교에서 자원 교사로 봉사하면서 보냈다. 당시에 그들이 삶의 터전에서 당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세상은 우리가 영원히 머물러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니라고 하는 어떤 영감을 가졌다. 우리에겐 영원히 머물수 있는 또 다른 집이 있어야 할 당위성을 절실히 깨닫으며 한숨 지었던 적도 있었다.

결국 ‘집에 머문다’ 는 것은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그분의 마음속에 거하는 것이다. 또 ‘집으로 돌아간다’는 건 예수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십자가의 죽으심을 눈앞에 두고 있는고난주간이다. 역설적으로 주님의 고난이 우리의 격려와 위로가 된다. 왜냐하면 나의 힘듦과 고통을 주님이 받으신 고난으로 인해 상쇄되기 때문이다. 우리를 집에 머물게 하기 위해 받으신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이번 한주간을 지낼수 있길 소망한다.